
진창
바다는 왕과 노예를 같은 깊이로 삼켰고, 겨울은 사람과 짐승의 살을 같은 빛으로 얼렸다. 그들은 돌로 벽을 세우고 땅을 찢어 길을 냈으며 쇠에 제 이름을 새겼다. 벽은 감옥이 되고, 길은 군대를 나르고, 쇠는 오래된 원한과 함께 다음 손으로 넘어갔다.
줄은 처음부터 그들의 목 둘레에 있었다. 한 끝은 땅속의 뿌리와 짐승의 이빨과 굶주림에 매였고, 다른 끝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들의 손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매듭은 살을 파고들었다. 각자는 제 손에 쥔 끝을 당기면 풀려날 것이라 여겼으므로, 줄은 한 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멎어 서서 목에 감긴 것을 붙잡았다. 피가 돌지 않는 얼굴들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하나의 입이 되어 말했다.
우리를 조여 올수록 우리의 대열은 단단해질 것이다. 감히 우리를 짐승들 가운데로 끌어내린 자에게, 누가 이 땅의 주인인지 가르쳐 주리라. 그들의 문을 부수고, 그들의 몸과 자식과 기억을 전리품으로 삼으리라. 우리의 발 앞에 머리를 두지 않은 자는 머리를 지닐 자격도 없으니, 산 자에게는 복종을, 죽은 자에게는 망각을 베풀리라. 마지막 하나가 무릎 꿇을 때까지 우리는 놓지 않으리라.
그러니 전진하라. 우리 앞에 무릎 꿇지 않는 것은 재로, 우리의 이름을 받들지 않는 것은 침묵으로 돌려보내라. 우리가 다스릴 수 없는 세계는 누구도 물려받지 못하게 하라. 그 대가가 우리의 도시와 육신과 내일이라면 모두 내어놓으리라. 이 행군이 절멸의 대열에 세울지라도, 마지막 목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줄을 당기리라.